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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1th, 2012 19:00

“게임이 해로워? 시야 좀 넓혀봐”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그만두고 밖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게임은 어린아이들의 판타지를 실현해줄 뿐 문화적 기여도는 미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가상현실에 빠져 현실세계와 단절된 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뿐일까요? 게임을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안 보고스트 미국 조지아 공대 교수가 10월11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게임세션에 참석해 게임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의 주장을 설명했다. 게임은 현실과 단절된 판타지일 뿐, 삶에 도움을 주지 못 하다는 이들의 주장이다. 이안 보고스트 교수의 얘기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게임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관한 탐구다.

이안 보고스트 교수는 명함이 많다. 게임의 높은 활용성에 집중하고 있는 게임 이론가다. 퍼슈에이시브게임즈라는 게임업체 공동창업자이기도 하고, 워터쿨러게임즈라는 개인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게임 이론가로서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게임 이론과 미디어에 관해 연구 중이다.

이안 보고스트 교수는 “미국 게임 시장은 120억달러 규모에 달하고, 1억7천만명이 누리는 콘텐츠이며, 50세 이상 게이머 인구도 전체 게이머 중 25%에 이른다”라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산업적인 측면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를 게임과 비교해보자. 예를 들어 사진이 문화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1년에 카메라가 몇 대나 팔리는지, 혹은 카메라 시장 규모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만 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사진을 예술로 이해하기도 하고, 추억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사진을 이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다. 사진은 예술과 실용 모든 측면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게임을 실용적인 도구로 이해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예술작품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똑같은 사진이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다르듯, 게임도 다른 용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게임을 문화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게임은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흔히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게임 외에도 의학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도 있고, 독감 전염 경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게임도 있다. 음악 관련 게임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게임에서 노래를 듣거나 연주를 할 수 있다. 제품에 관한 설명과 음식을 조리하는 법 등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기 위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의 직원 교육용 게임도 있을 정도다.

알고 있었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 속에 있는 카드게임 ‘프리셀’은 원래 마우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라는 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한 장르로 성장하기도 했다. 게임이 가진 잠재적인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을 통해 평상시 접할 수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축구선수가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거나 범죄자의 역할을 경험할 수도 있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게임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예술부터 실용, 엔터테인먼트에서 교육까지. 게임이 이처럼 폭넓은 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안 보고스트 교수는 게임의 3가지 특징을 꼽았다. 모델과 역할, 그리고 세상이다.

이안 보고스트 교수는 “게임은 그래픽 모델링 요소를 갖고 있고, 그 속에서 각자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라며 “게임은 모델링된 세상에서 벌이는 가상의 역할수행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특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청소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게임을 즐길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셧다운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게임은 국가가 나서서 장려해야 하는 산업인 한편, 학교폭력을 부르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게임의 작은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안 보고스트 교수는 국내 게임 환경에 관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성숙한 매체일수록 모든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독 게임에 관해선 폭넓게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도구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게임이 가진 가능성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공백을 메우면 게임이 주는 상상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http://www.bloter.net/archives/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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