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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같은 전쟁, ‘워게임’ 체험해보니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가정해 미리 컴퓨터로 전쟁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흔히 ‘워게임’이라고 부른다. 필시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전쟁을 게임에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상대방과 경쟁하고,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쟁과 게임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전쟁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전쟁을 연구하는 이들이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물이다. 게임 품질이 현실과 비견될 정도로 개선되고, 컴퓨팅 성능이 발전해온 덕분에 전쟁 상황을 컴퓨터로 미리 계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시스템을 전쟁 시뮬레이션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전투기 조종사의 실제 훈련 프로그램에 도입하는 경우도 있고, 아군과 상대방의 화력을 입력해 컴퓨터로 지상 전쟁 상황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쓰인다.
국내에서도 워게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10월8일,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2′에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소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시한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은 전투기 조종사가 가상환경에서 적군 전투기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제 환경과 비슷한 전투 상황을 가상현실에 만들어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날 국방과학연구소가 내놓은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실제 국군이 이용하는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군용이라는 특성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KGC 2012와 같은 행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KGC 2012에 전시된 시스템은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프트웨어를 상용 게임 플랫폼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시한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사용자가 실제 전투기 콕핏에 앉아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간이 콕핏이고, 다른 하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교전통제’ 소프트웨어다. 마지막 하나는 상용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X플레인9(X-Plain9)’이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X플레인’ 시리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X플레인9′과 같은 상용 게임이 포함된 이유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이 게임과 같은 외부 요소와도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직접 국방과학연구소의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을 보면, 마치 비행 전투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콕핏에 탑승하면, ‘X플레인9′ 게임이 화면에 나타나고, 게임 위에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적군 전투기를 띄워주는 식이다. 사용자는 간이 콕핏에서 전투기 쓰로틀과 조종간을 이용해 전투기를 이륙시키고, 고도와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적 전투기를 찾아 빨간 버튼을 누르면 무장한 무기를 발사하면 된다. 가상세계의 광활한 하늘에 적 전투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교전통제 소프트웨어의 몫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교전통제 소프트웨어는 적 전투기를 무작위로 만들어 사용자가 들어가 있는 ‘X플레인9′ 게임 속으로 보내준다. 간이 콧핏에 탑승한 사용자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에서 미리 설정한 무기와 적 전투기 등 상황을 고려해 전투를 벌이면 된다. 언제, 어떤 전투기가, 누구에게 어떤 무기를 발사했는지. 혹은, 무기가 상대방 기체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 등 모든 전투 상황이 국방광학연구소의 소프트웨어에 기록된다.
△ 간이 콕핏에 마련된 전투기 쓰로틀과 조종간, 실제 훈련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
△ 상용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X플레인9′이 플랫폼으로 쓰였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실제 간이 콕핏에 앉아 전투기를 조작하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실제 전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화 시킨 간이 콕핏을 이용해도 일반 사용자는 워게임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다. 하물며 진짜 전투기를 조작하는 조종사들은 얼마나 고된 훈련을 거쳐야 할까. 이날 체험에서는 목숨을 걸지 않았기 때문인지, 시뮬레이션 시작 불과 5분여 만에 상대방이 쏜 미사일에 전투기가 격파돼 패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현재 갖고 있는 무기의 특성과 상대방 전투기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기를 너무 빨리 소모했다는 점이 패배 요인이었다. 사용자의 이 같은 시뮬레이션 기록은 실제 전투 작전을 복기하고, 재정립하는 데 쓰인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앞으로 실제 전투기와 연동해 훈련에 쓸 계획이다. 아직 개발이 한창이다. 이날 공개한 교전통제 소프트웨어 외에 일반에 공개할 수 사항도 제한적이다.
지철규 국방과학연구소 제7기술연구본부 1부 책임연구원은 “교전통제 소프트웨어와 같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여기 있는 상용 게임뿐만 아니라 실제 전투기와 연동시켜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비행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 속에는 교전통제 소프트웨어 외에도 ‘가변 시뮬레이터’나 ‘가상 공중교전 모델’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통합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 가장 오른쪽에 있는 지도 화면이 국방과학연구소의 ‘교전통제’ 소프트웨어다. 교전통제 소프트웨어가 ‘X플레인9′에 적 전투기를 만들어준다.
△ 오른쪽 레이더에 붉은 점이 적 전투기의 위치다.
△ 교전통제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적 전투기와 인공지능 아군 전투기의 교전상황. 붉은색이 적군이고, 아군은 파란색이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129870